Becoming a schemer
세상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다. 개안(開眼)하는 느낌이다. 음모론자가 되는 것은 분명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한가로이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내가 바뀌면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라고(물론 아직도 상당 부분 그 주장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순진하게 믿고 사는 것도 그닥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 

세상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눈에 보이는 한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보다 당장 보이지 않는 시스템과 체제를 비판하는 것이 훨씬 덜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기득권을 비판하고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는 것이 각 개인이 노력도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사회에 전가하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사실 그로 인해 가장 힘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나는 평생 모든 문제 상황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 귀인하며, 죄책감을 스스로 십자가 지우며 살았었다. 

하지만 '인격 존중'이라든지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인정'과 같은 자유주의 사상에 매몰되어 있는 요즘, 나는 한 사회가 개인에게 던져주는 선택지가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미 체제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이전의 나는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종류의 생각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나는 내가 갖고있던 것과 전혀 다른 색의 안경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흑마술을 배우고 있는 기분이랄까, 혹은 매트릭스의 네오가 빨간약을 선택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어쩌면 뒤통수에도 눈을 가지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무언가 이 기분은, 내가 전혀 몰랐던 세계의 이면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문화충격이다.
 
사실 여기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배우고 깨닫고 있는 것이 흑마술이냐 백마술이냐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물론 나는 어릴 적부터 주입받아온 프로테스탄트적 윤리관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살면서 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좌절하고 넘어지는 부분에 있어서 앞으로 나는 내 인격을 비난하고 나의 모자람만을 들추는 어리석은 짓을 더이상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됨을 알았다. 난 스스로에게 줄 면죄부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노력에 대한 면죄부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남은 인생도 죽을 힘을 다해 살아야겠지. 불나방처럼 삶의 허무에 불타 죽게 되더라도, 산화하며 빛을 발하는 그 순간을 위해선 분명 불길 속으로 달려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by Jackim | 2011/08/26 20:48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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